KTservice노동조합 분투기[1]

이 글은 내가 왜 대표적인 어용노조의 상징이자, 노동조합의 불모지인 KT그룹내에서 노동조합을 만들었고, 무엇을 이루어 가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또한, 그 과정 속에서 내가 보고, 듣고, 느끼고, 좌절했던 순간들의 기록이기도 하다. 궁금하지 않은가? 12드론 앞마당과 같은 초-중-고 라는 가장 흔한 테크트리를 탔던, 고향마저도 보수적이라고 일컬어지는 충청도 출신의 평범했던 내가 어쩌다 노동조합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이쯤에서도 뒤로 가기를 누르지 않은 당신이라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야! 노조! 너도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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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를만들게되었나

자본가에 맞서 노동자의 잃어버린 권리를 되찾고, 노동자 계급의 해방을 위한 투쟁을 하자!! 자본 분쇄! 같은 거창한 걸 기대했다면 미안하다. 나의 정체성은 아직 그쪽과 거리가 있다. 후훗.

왜? 라는 질문에 딱 한마디로 잘라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잘 모르겠다. 누구나 그런 적이 있지 않은가? 엄청 좋아하는 일, 사람, 심지어 게임이 있을 텐데 누가 “그게 왜 좋아?” 라고 물어본다면…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글쎄…”라고 얼버무린 기억 말이다. 나도 그런거 같다. 하지만 골똘히 생각해 본다면 지난 10여년간 일을 하면서 쌓였던 깊은 빡침과 답답함이 남 앞에 나서기 좋아하지 않는 나같은 사람조차도 관종 기질을 만들어 내려진 결론이 아닐까 싶다.

그럼 나는 뭐에 그렇게 빡쳤던 걸까? 분노의 포인트는 사람마다 다를 것인데, 나는 보통의 상식에 어긋나는 기막힌 상황과 내가 하는 일인데도 결정에 1도 참여하지 못하는 소외감에 분노했던 것 같다. 예를 들어 보자면 얼굴은 모르지만 같은 회사의 누군가가 업무중 고객(쓰레기같은놈)에게 살해 당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회사 그 누구도 사실에 대한 객관적 설명이나, 너무도 충격적이게도 동요가 우려되 장례식장 자체도 공개하지 않는 상황, 아무리 야근을 해도 십 원 한 장 더 못 받는 ‘포괄임금제’ 같은 치트키를 내게 썼을 때, 그리고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정체불명의 분이 성실히 싸지르는 똥을 막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걸 안 순간 등등이 있을 것 같다. 당신도 그런 일이 있었다고? 그럼 나도 당신과 같은 것에 분노했나 보다.

여하튼 보통의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분노했을 그런 분노들이 가슴 속에 차곡차곡 마일리지를 쌓여가던 차에 내 마음에 큰 스크래치를 낸 사건이 발생했다. 

2017년 6월 충주에서 고객에게 살해된 동료… 상실+무력감. 

사건의 요지는 이렇다. 2017년 6월 충북충주에서 악성 고객으로 부터 KTservice남부 에서 일 하던 우리 동료가 살해되는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속도 민원으로 지속적으로 고장접수를 하던 그 놈. 누구도 가지 않으려 하던 그 곳을 그 는 자발적으로 갔고, 그래서 결국 어처구니 없게 허망하게… 그는 갔다. 우리는 더 어처구니 없게도 이 사실을 언론보도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이게 뭐지? 왜 같은 동료를 애도조차 못하게 하는거지?’ 내 마음의 스크레치는 여기에서 부터 시작되었음을 고백한다. 직원들의 동요가 무서워 사실공개도, 장례식장 공개도 할 수 없었다는 회사의 입장을 난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지금도 이해하지 못한다. 미래는 모르지만, 죽을때 까지 이해하지 못할거다.

초유의 사태에 직원들은 뒤숭숭했다. 그가 누구인지, 어떤 사유로 발생된 사건인지 주변 누군가로 부터 알음알음으로 전파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분노하기 시작했다. 아니, 분노하기 시작했던거 같다. 똑 같은 업무를 똑같은 환경에서 하던 우리는 그래서는 안되지만 ‘내가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죄스러움과… 다음엔 혹시 내가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등 복합적인 감정들이 뒤섞여 말 그대로 뒤숭숭한 사태가 지속되었다.

당연히 상상하지 못할 일을 벌인 그 놈이야 법이 제대로 된 벌을 내릴것이고. 그렇게 사건이 마무리가 되었으면 얼마나 좋겠냐 싶은데, 이 사건은 결과적으로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해 2017년 사고 이후 발생한 여러 사망, 부상 사고들은 결과적으로 내가, 우리가 2노조를 만드는데 도화선이 되고말았다.

들려오는 사실과 소문의 객관성이라도 바로잡고 싶어 사건 정황과 결과를 공지해 달라고 했지만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내 기억에 당시 노동조합(1노조)는 움직이지 않았고 공개를 요청하는 우리 몇몇의 목소리는 공식화 되지 않은 소수 몇몇의 의견으로 무시 되었다. 소문은 소문을 낳았고 결국 “예전에~~~”로 시작하는 진실도 거짓도 아닌 묘한 이야기로 남았다. 화가 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동안 소문으로 떠돌다 갑자기 조용해진 괴이한 사건과사고들도 이렇게 처리되었던 것은 아닐까? 그 피해자들도 억울함을 혼자 감당하며, 배신감과 존중 받지 못한 자신의 처지를 괴로워하며 조용히 회사를 떠났던 것은 아닐까?

힘들었겠다. 이럴 때 누군가 손을 내밀었다면, 억울함을 말 할 용기를 가졌을 텐데. 그랬다면 진짜 가해자가 처벌을 받고, 피해자가 회사를 떠나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하지만 그때는 힘이 되어 줄 누군가는 없었고, 그 거지 같은 현실을 받아 들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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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을 해도 문제는 같다  

그 일이 있고 시간이 갈수록 불편한 마음은 누그러져 갔다.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별개로 업무에 대한 불만까지 생기자 조용히 이직을 준비했다. 우리같은 통신, IT 종사자들 누구나 그렇듯 나 또한 불만의 폭발을 이직으로 표출해 왔다. 지금까지 이직을 통해 상승하는 연봉을 인내의 보상이라 생각했고, 능력 있는 자의 특권이라 생각했으며 실제 그렇게 했다.

하지만 곧 알게 되었다. 도피일 뿐이었다. 내가 이직하려는 웬만한 회사에는 같은 문제가 있었다. 흔한 말로 다 거기서 거기. 흔한 말로 그냥 돈으로 보상받자, 라는 나의 생각은 이 문제와 마주할 시간을 늦추는 행동밖에 되지 않았다. 

앞의 일을 겪은 나는 예전과는 조금 다른 인간이 된지도 모르겠다. 이직이 답이 아니라면 내게 남은 선택지는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둘 중 하나였다.

1)누구나꿈꾸는탈회사를 하던가

2)여기에남아바꾸던가.

일단 탈회사를 하려면 로또에 당첨(요즘은… 뭐…)되거나 (건물)주님이어야 하는데 둘 다 나에겐 해당 사항이 없다. 그러면 아쉽게도 선택지는 하나만 남았다. 젠장. 어쩔 수 없이 여기를 바꿔야 한다. 근데 어떻게? 아니, 가능은 한가? 막막했다.

그러던 중 노동법이 바뀌어 복수노조라는 것을 설립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혹여 복수노조를 만들게 된다면 지금 억눌려 있는 우리들이 화산처럼 일어나지 않을까? 새롭게 노동조합을 만들게 된다면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순수하고 막연한 마음으로 민주노총 희망연대를 찾아갔다.  쑥스럽기도 했지만 변화의 첫발을 뗀 것 같아 나 혼자 설레기도 했다. 결과는 나는 노동조합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게 없었다… 

 대체 노동조합이 무엇이란 말 이냐… 

내 바람과는 달리 나는 노동조합에 대해 아는게 없었다. 뉴스나 TV로나 보던 머리에 빨간띄 두르고 파이프 휘두르던 그 장면들 말고 나는 몰라도 너무 노동조합을 모르고 있었다.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어째야 하는가… 머리도 아프고 그냥 조용히 있는것이 낳을까? 혹, 같은 분노감을 느낀 잘 아는 누군가가 대신 나서주진 않을까?’ 이런 고민들을 할 즈음 KT새노조로 부터 내 마음에 기름을 들이 붓는 문자가 도착했다.

아!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일까? 이렇게 아무것도 못하고 끙끙 앓고 있던 나와는 다르게 KT새노조와 함께 뭔가 회사를 긍정적으로 바꿔보려는 KTservice남부 동지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존경스러웠으나 용기가 부족했던 나는 ‘혼자 뭘 할 수 있겠어, 어차피 안돼’ 라는 그럴싸한 변명을 찾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그 들은 천천히 조용히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훗날 이분들과 노조를 만들었다. 결국 만날 운명이었을지도…).

무거운 돌덩이가 들어찬 것처럼 가슴이 무거웠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지만KTservice남부에 모여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피해를 감수한채 조용히, 열심히, 또는 치열하게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기력하게 있어도 될까? 스스로 에게 너무 비겁하고 창피하진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결국 무언가를 바꾸고 싶다면 뭉쳐서 목소리를 내야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건 촛불 혁명을 겪은 누구라도 공감할 것이다. 그럼 답은 간단했다. 노동자가 뭉쳐 목소리를 내는 노동조합을 만들자. 결론은 났지만 도대체가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할지 몰랐다. 이런 건 들은 적도 배운 적도 없었다. 

노조 만드는 법? 

IT인답게 검색창에 ‘노조 만드는 법’을 검색해 봤다. 생각보다 많은 정보가 나왔다. 일단 다 읽어 보았는데 참트루 레알 1도 이해가 안됐다. 하지만 이렇게 정보가 많으니 보다 보면 알겠지 하는 생각을 하며 며칠이 지났을 때 KT새노조익명게시판에 게시물이 하나 올라왔다.

“KTservice  여기 익명오픈 채팅방으로 모여라!”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채팅방에 들어갔다. 150명 정도가 있었다. 놀랐다. 나만 이런 위험한(?) 생각을 하는 게 아니었다는 안도감과 해 볼만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선빵을 뺏긴 것 같은 아쉬움도 있었지만 어차피 혼자서 할 수 없던 일이기에 안심도 되었다. 그 즈음 회사에 KT새노조가 KTservice에 관여하기 시작했다는소문들이 쏟아졌다.  최초로 생긴 직원들의 익명소통방에 회사는 들썩였고, 이제는 결심을 실천에 옮길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채팅방 공지에 있던 ‘실명 까고 노조 만들 사람 말 걸어주세요’를 보고 1:1 채팅을 걸었다.

나 : ‘KTservice북부 덕소에 홍성수 입니다.  실명 까고 노조 만들 사람 오라고 해서 왔습니다.’

상대 : (당황)원래 탐색전 하고 이름을 까는데 바로 말하셔서 당황스럽네요…

나 : 헌법과 법률에 명시된 합법적 일을 하는데 문제 될 게 있나요? 그래서 프로필도 제 걸로 들어왔습니다. (생략)

이 어리석은 대화(?)를 시작으로 나의 KTservice 노동조합 분투기는 나도 모르게 시작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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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링크

<언젠가 2편으로 계속…

3 댓글

  1. 계란이 바위를 깰수있는 그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글 재미나게 읽었어요 함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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